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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링】/…Movie

건축학개론


건축학개론 (2012)

8.6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조정석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18 분 | 2012-03-22






프롤로그

"건축학개론인데, 보시겠습니까?"
으음… 처음엔 고민했던 질문이다.
듣는 순간 너무도 딱딱한 제목. 이런 분위기가 내용까지 간다면 보는 내내 지루할 것이 뻔했기에.

하지만 개론이다. 모든 과목의 기초가 되는 '수식어'이자 '은근한 시작'을 알리기도 하는 단어.
거기에 영화소개에 나온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집 제작을 의뢰받았는데 그 사람이 첫사랑. 거기에 등장인물까지 호화판이다.

군대에서 이런 최신영화를, 심지어 개봉한지 1주도 아니고 겨우 1일!
1일 지난 것을 보여준다고 하는 롯데시네마의 위엄에 조금 미심쩍은 면이 있었긴 하나
이런 최신영화를 안 보고 넘어가면 후회할 것 같아 결국 결정하고 말았다.

"명단에 넣어라."
"예슴다."
뭐, 나쁘진 않겠지. 지금까지 나온 구 영화들에 비해선.



기대감

"뭐냐, 이 물량은."
"최신영화다 이건가?"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데?"

디테일한 구조는 말 못한다.
그냥 구실은 갖춘 대강당? 어느 정도의 자금을 털어주신 나름 넓은 곳이다.
뭣해도 500명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근데 거기가 꽊 찼다. 심지어 상영하기 40분 전인데.
아, 뭐…… 삼성 코엑스도 아니라서 전철 탈 정도로 오버스러운 곳은 아니긴 하다.
그래도… 이런 스케일은 입이 쫙 벌어진다.

스크린은 뮤비재생이 한창이다.
군인의 입맛(?)에 맞을 만한 대상층을 골라서.
근데 눈 요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 자리를 찾아야 한다!

물론…… 지각생(도 아닌데)의 취후는 결국 바닥이긴 했지만.
훗, 비참한데? 그것도 꽤나.



스타트

내 기준에서,
모든 영화의 시작은 목차다.

책을 보는 기준도, 다른 부분에서의 기준도 목차인데,
한가인이 한 허름한 집을 본다. 차분한 속도에 자연스러운 표정과 주변 배경.
첫 스타트는 좋다. 시작이 나쁘지 않아.
캐스팅부터 남다른 영화라서 그런가? 전체적으로 공들인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찾아온 그녀.
뒤늦게야 누군지 기억한 엄태웅은 주변의 인물은 최대한 배제한 채 둘 만의 스토리로 진행하려는 어색한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과거로, 또 끝날때마다 현실로 돌아오는 전개인데,
여기서 하나 태클 걸고 싶은게 있다면…….

"너무하네, 친구도 기억 못하고."

……기억할 리가 있겠냐.
'엄태웅 → 이제훈', '배수지→한가인'으로 그야말로 '대역변'도 아닌 '변태'를 이뤄냈는데.
엄태웅 라인같은 경우는 성격적으로 엄청난 타락(?)을 이뤄냈긴 해도 직업인이니 그렇다 쳐도,
브아걸 나르샤의 데뷔 → sign 모습도 아니고, 그야말로 전신성형의 기적을 이뤄냈는데.

뭐…… 그래도 이뻐~



전개

집을 지어나가면서, 그리고 그런 날을 바라보기 위한 길을 걸어가면서 만들어나가는 스토리.
장면이 끝나면서라고 하니 뜬금없다는 생각을 할직도 모르지만, 그런 요소따윈 없다.
오히려 새로운 사실과 새로운 감정을 알아나간다는 느낌?

하나의 라인으로 갔으면 절대로 몰랐을 반전과 감정이었다.
스토리 하나하나가 분기점이자 체크포인트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은금함'이라는 게 영화 속에 녹아잇었기에 심장의 떨림이 더 강하게 느껴져 오는것이다.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흐뭇함.
불과 얼음처럼, 딸기와 크림처럼 천천히, 달콤하게 전해져온다.

주변인들의 등장도 있었지만 처음에서부터 시작된 '우연'이라는 요소가 있었기에 그 둘만 강력하게 강조된다.
아주 필요할 대만 등장할 뿐, 그 외에는 둘만의 이야기만 나타나는데, 이 흐름의 강점을 아주 잘 파고들었다.
그야말로 거품을 뺀 깔끔함이랄까?

대화 중 묘사도 괜찮았다.
"착하고 예쁜 여자 찾기가 뭐가 어려워. 열 명의 예쁜 여자가 서 있어. 거기서 가장 착해. 그게 착하고 예쁜 여자지."
"사람이 말이야, 키스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혀가 들어가게 되어있어. 거기서 스네이크 마냥 꼬고 어쩌고 한 다음에…… 비벼. 존x 비벼. 호로로로로로로롤"
동작까지 가미된 묘사에 진짜 아무 생각없이 웃는다.

그리고 전개가 나빠져 갈 때도 마찬가지.
오해? 아니, 감정의 차이로 인해 풀어지는 진실이 "오흐, 그래. 이거야." 하는 대리만족감.
일명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로 강한 몰입감에 이끌린다.

대단한게, 어긋나면서도 은근 퍼즐처럼 맞아가니까 왠지 모를 희열감까지 느껴진다는거.
영상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체크포인트

집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변수가 생기는데,
처음에는 서로를 별로 알지 못했기에 불평만 하며 집을 지어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원했던 디자인이 나온다.

옛날에 한 약속이자 참신하면서도 추억이 그려지는 듯한 아름다움. 그리고 마지막 선물까지.
로맨스 반전이라는 게 많이 큰 것 같았다.



마무리 엔드

집이라는 것은 시작이자 긑을 알리는 전체적인 구간.
짓는 순서부터 끝내기까지의 체크포인트와 전개순서를 알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되는데,
당연한 흐름이기는 하겠지만 어디로 흘러야 할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집이라는 하나의 목표. 그리고 그것까지의 과거라는 과정.

모두 딱 맞아 떨어지니까.

건축학개론이라고 제목이 지어진 이유도 그거 같다.
집을 짓는 과정에 필요한 배경. 그것의 과거, 풋풋했을 때를 나타낼 수 있는 요소.
만난 이유와 은근히 숨어든 감정.
그것들이 이 안에 들어가 있는 거니까.

주변인물들이 있었기에 더 애절했고,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기대감이라는 것을 갖지 않고 맘 편이 볼 수 있엇던,
복잡한 과정도 아니기에 아무 생각도 필요없었던 흐름.
그리고 밝혀지는 반전에 대한 작은 경악과 왠지 모를 후련함.

그리고…… 여운이 남는 마지막.
뭐, 지금까지 봤던 로맨스 영화 중 가장 최고인 것 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